명상은 무엇을 치유하는가
들어가는 글
명상으로 무엇을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할 때 다음의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명상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명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말하자면 명상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한다고 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어떤 특성을 보이느냐는 것이다.
명상과 정신적인 문제가 서로 만날 수 있을 때 둘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그리고 정신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명상을 환자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을
돕는 데 이용해왔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상이 어떻게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글의 순서는 먼저 명상이 어떤 것인지,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고 그다음으로 그러한 명상을 했을 때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그 후 정신적인 문제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고찰하고 난 뒤 명상 경험이 어떻게 정신적
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실제 예를 들어 고찰해 보겠다.
명상의 본질
명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고 명상의 방법도 명상하는 배경에 따라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볼 때 하나
공통되는 점이 있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명상의 대상으로 정한 대상에 집중하는 점에서는 모든 명상이 똑같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 현재 명상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집중의 대상은 다를 수 있다. 호흡이 될 수도 있고 몸의 움직임이 될 수도 있고 정신현상일 수도 있고 외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 대상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명상의 대상에 의식을 둔다. 그러다가 의식이 명상 대상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그 대상
으로 돌아간다. 현재에 오로지 마음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현재에 두려는 점에서는 모든 명상이 공통되지만,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명상은 두 가지로 달라진다.
하나는 위빠사나(통찰)이고 둘째는 사마타이다.
위빠사나는 마음을 현재에 두긴 하지만 변화가 있으면 그것을 면밀히 본다. 그래서 일어나는 현상의 속성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좌선을 하다가 다리가 저리면 저린 현상을 면밀히 본다. 그러면 저린 다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알게 된다.
그에 비해 사마타는 마음을 하나에 모으는 훈련이다. 호흡 관찰을 사마타로 하면 들숨 날숨에 마음을 모은다.
들숨 날숨의 속성을 관찰하기보다는 들숨 날숨과 마음을 하나로 하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명상의 대상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어떤 것에도 마음이 산만해지지 않고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모은다.
사마타를 통해 마음이 집중 대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갔을 때 놓고 집중 대상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이런 훈련을 통해 내가 원하지 않은 생각이 들 때 그것을 놓을 수 있다.
위빠사나는 관찰하는 대상의 속성을 아는 데 중점을 두고 사마타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중점을 둔다.
명상의 형태로 위빠사나와 사마타가 있으나 명상은 현재 집중 대상에 마음이 가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명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온종일 명상을 할 수 있다.
명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
①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 수 있다
명상은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상의 대상이 몸과 마음인 경우 관찰을 통해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 수 있다.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앎으로써 몸과 마음의 속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다.
몸은 두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팔, 다리, 눈꺼풀같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부분과 심장이나 위, 혈관과 같이
우리가 직접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손이나 팔, 다리 등으로,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움직이려는 마음이 있을 때 움직
여진다.
의도 없이는 몸의 이 부분을 움직일 수 없다. 심장이나 위, 혈관과 같이 직접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인다. 생명 유지를 위해 몸 전체의 상호작용 속에서 움직인다.
이러한 몸의 움직임에 대해 마음이 반응한다. 예를 들면 소화가 안 될 때 그것에 대해 불안해할 수도 있고 편안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마음은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살펴보자.
마음은 자세히 관찰해보면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은 두 가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첫째, 마음은 언제나 어떤 대상에 가 있다. 가서 그 대상의 영향을 받는다.
좋은 대상에 가 있으면 좋은 영향을 받고 안 좋은 대상에 가면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
한 번에 한 대상에만 간다.
또 다른 원리는 마음이 어떤 대상으로 자꾸 가면 그쪽으로 길이 나서, 그쪽으로만 가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은 마음이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 귀, 코, 혀, 몸, 정신을 통해 경험한 것은 우리 내부에 입력된다. 입력된 것은 떠오른다.
많이 입력되면 많이 떠오르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어떤 대상으로 자꾸 가면 그쪽으로 길이 난다.
정신현상 즉 생각이나 느낌, 인식, 의도, 의지, 의식을 면밀히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면 조건에 따라 순간적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우리가 했다고 잘못 알고 있다.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② 생각이 줄어든다
명상을 통해 생각이 줄어든다.
생각은 마음이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로 간 것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이 현재 여기에 있으면 과거, 미래로 갈 수 없다.
마음은 속성상 한 번에 한 곳밖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이 현재에 100% 가 있는 동안은 다른 곳을 갈 수 없다.
명상하기 전에는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명상을 한다고 하여 명상의 대상에 집중을 해보니 과거
의 습성대로 생각으로 마음이 가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을 중지하고 명상의 대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처음에는 생각하는 쪽으로 길이 많이 나 있어 쉽게 생각으로 가고
명상의 대상으로 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각이 났을 때 알아차리고 명상의 대상으로 자꾸 가다 보면 명상의 대상으로 가는 새 길이 나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쉽게 명상의 대상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생각을 관찰하면서 생각의 속성을 알게 된다.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떠오른다는 것을 직접 보고 알게 된다. 생각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도 관찰
하여 알게 되고 어떻게 생각을 다스려야 하는지 알게 된다.
③ 집중력이 강해진다
명상을 통해 집중력이 강해진다. 명상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라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강해진다.
그에 비해 명상의 반대편에 있는 생각은 과거, 미래로 가 있는데 한 군데에 가 있는 것이 아니니 산만하다.
집중력이 강해지면 뭘 보거나 들어도 깊이 있게 보게 된다.
④ 실제를 보게 된다
현재에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다 보면 실제를 보게 된다.
생각이나 관념으로 사물이나 존재를 보지 않고 사물이나 존재의 실제를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생각이나 관념은 실제를 보는 데 장애가 되는 장막과 같은 것이다. 생각이나 관념으로 보는 것을 멈추고 실제를 보게
된다.
현재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한 앎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밥 먹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밥을 먹는 것이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에 하나라도 빠지면 밥 먹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먼저 숟가락을 들어야 하고 밥을 퍼야 하고 씹어야 하고 침이 섞여야 하고 삼켜야 한다. 씹은 만큼 위로 넘어간다.
많이 씹으면 위가 부담이 덜하고 조금 씹으면 위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이처럼 일어나는 일에 대해 분명한 앎이 있으면 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명하지 않다고 알게 된다.
밥을 먹고 있을 때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의 내용이 불확실하다는 분명한 앎이 생긴다.
누가 불분명한 말을 해도 불분명하다고 알게 된다.
사람에 대해서도 실제를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사람은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사람의 실제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마음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고 표정을 짓는다.
다른 사람을 잘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면 모른다고 안다.
알고 모르고가 분명해진다.
⑤ 인과의 법칙을 알게 된다
몸은 의도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모든 것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안다.
어떤 현상이 있으려면 그러한 결과를 가져올 원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 어떤 현상이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⑥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다
현재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다 보면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게 된다.
세상이 어떻게 구성이 되고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은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 알게 된다.
인간관계의 이치도 알게 된다.
⑦ 관찰적 자아가 강해진다
자아에는 경험하는 자아(experiencing ego)와 관찰적 자아(obse-rving ego)가 있다.
경험하는 자아는 우리가 행동할 때 작용하는 자아다.
관찰적 자아는 경험하는 자신을 보는 자아다.
관찰적 자아가 잘 발달된 사람은 행동을 하면서 자기가 뭘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행동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고친다. 명상을 하면 관찰적 자아가 강화되어 자기를 지켜보는 힘이 강해진다.
정신적인 문제를 보이는 사람의 특성
① 생각이 많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특성 중의 하나는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생각 중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상태다. 생각은 과거와 미래로 마음이 가 있는 상태다.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은 상태다.
부정적인 과거 생각이란 과거를 생각할 때 화나고 후회되고 억울하고 아쉬움을 주는 생각이다.
부정적인 미래 생각이란 미래를 생각할 때 걱정되고 불안을 주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은 생각의 내용을 경험하고 그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누구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은 것을 생각하면 그 말을 한 번 더 듣고 타격을 한 번 더 받는 것이다.
이때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이 온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자각적으로 느끼는 현상과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영향을 받는 것이 있다.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생각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에 부딪혀 자신의 힘으로도 해결을 못 하고,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고민만 하다가 병이 난다.
병나는 과정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혼자만의 생각을 많이 하다가 병이 난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이 많은 사람들을 봐도 생각이 많다.
정신적인 문제나 고통은 생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힘들어 하는 것이나, ‘이것은 내가 죽기 전에는 벗어나기 힘들 거야.’ 하며 생각하는 것이나 콤플렉스로 생각하는
것도 자세히 보면 생각을 많이 한 것이다. 그것에 대한 생각을 줄이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
② 실제를 못 본다
세상은 실제대로 돌아간다. 우리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신적인 문제나 고통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충돌의 정도만큼 문제가 발생하고 고통이 있다. 보통의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실제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하면 그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주목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다.
실제에서 멀어진 만큼 정신이 불건강하고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 실제에서 가장 멀어진 것이 정신병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남들과 달리 세상을 본다. 어떤 환자는 나에게 찾아와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해 들어보니 어느 날을 기점으로 바깥에 나가면 자신을 주목한다고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그 환자가 바뀌었다.
그 환자의 내부가 바뀌니 바깥이 다르게 지각된 것이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 정신건강이다. 차이 나는 만큼 문제가 생긴다.
내 생각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제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세상의 이치나 인간관계에 밝지 못하다
세상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세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이 움직이는 원리가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하면 세상에 맞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 화가 나고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정신적인 문제로 연결된다.
세상에 맞지 않게 하니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들다.
④ 만족을 못한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못 가진 것에 대해 괴로워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 있으면 그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어떤 것이 있더라도 그것이 있을 만한 과정과 이유가 있다.
그것을 정확하게 보게 되면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에게 돈이 있으면 그 돈을 벌어온 사람이 있다.
내가 벌었으면 나의 노력을 내가 값지게 생각하고 내 가족이 벌었으면 그 사람의 노력을 내가 값지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에 이런 마음을 가지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소중해지고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고 감사하고 만족
하는 마음이 든다. 이렇게 보면 못 가진 것은 내가 또는 내 주위의 사람이 못 가질 만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순리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명상의 치유적 기능
지금까지 명상이 어떤 것이고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알아보았다.
명상이 가진 속성은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명상을 통해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면 다시 말해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알고 그에 맞게 하면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특히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그에 맞게 마음을 쓰면 마음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마음을 쓰는 것에 문제가
생긴 것이 정신장애다.
불안이 커지면 불안장애가 되고 우울한 것이 커지면 우울장애가 되고 세상을 보는 것이 왜곡되어 실제와 매우 다르게
보면 정신병이다.
명상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나아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알면 순리대로 살게 되고 문제가 없게 된다.
명상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겠다.
1)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게 됨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면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나면 몸과 마음을 내
것으로 볼 때와는 다른 현상이 일어난다.
먼저 몸과 마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는 것이 달라진다.
몸이 힘들 때 그것 때문에 마음이 힘들지 않게 된다. 몸이 힘들면 보통은 마음까지 힘들게 된다. 그래서 상황이 악화된다.
몸이 어떤 상태에 있든 마음이 항상 안정되어 있다면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면 그럴 만한 조건이 되어 몸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게 된다. 몸이 힘든 것을 담담하게
보게 된다.
마음이 힘들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안 좋아질 때 또 마음이 나빠질 수 있다. 마음도 조건이 만들어지면 힘들게 된다.
그것을 알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힘든 것으로 인해 더 마음이 힘들어지지 않는다.
화가 날 때 내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화가 난 현상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고 그것을 담담하게 지켜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라는 현상이 힘들게 한다. ‘나’가 빠지면 달라진다.
몸과 마음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를 힘들게 하는 2차 반응, 3차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몸과 마음
에서 처음 일어난 일에 국한된다.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본질을 이해하면,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있고 마음이 아플 때 마음이 또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보면 고통의 정도가 줄게 된다.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줄거나 없어지게 된다. 신체적 고통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고통의 정도가 줄게 된다.
첫째는 감정적 요소의 개입 없이 신체적 고통을 지켜보면 감정으로 인해 고통이 증폭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는 고통을 자세히 보면 고통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다가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고통이 없는 순간을 경험할 때 고통이 훨씬 덜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통이 시작되고부터 끝날 때까지를 반복해서 지켜보다 보면 모든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통이 있을 때 좀 담담해진다. 이렇게 해서 신체적인 고통은 있는 그대로 보면 훨씬 덜 고통스럽고 신체적인 고통이
있어도 담담해진다.
정신적인 고통은 있는 그대로 보면 사라진다.
그 이유는 정신(마음)은 한 순간에 어느 한 쪽으로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쪽으로 정신이 작용하면 고통
을 느끼는 쪽의 작용은 중단되기 때문이다.
화나 불안이 있을 때는 마음이 화가 나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대상에 가 있는 것이다. 그때 자신의 상태를 보는 쪽
으로 마음이 옮기면 마음이 화나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에 가 있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마음에 화나 불안이 없어
진다.
이런 원리로 정신적인 고통은 관찰하면 사라진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 몸과 마음에서 오는 고통을 피할 수 없지만 이런 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고통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면 그 원리에 맞게 몸과 마음을 보고 반응하게 된다. 몸은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면 몸보다는 몸을 대하는 마음에 중점을 두게 된다.
몸이 어떤 상태가 되든 그렇게 된 원인과 과정이 있다고 보고 몸의 상태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몸을 마음이 어떻게 보고 반응하고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마음을 강화시키려고 노력한다.
2) 생각을 줄임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
정신적인 문제는 우리의 머릿속에 든 것에 의해 일어난다. 외부의 사건이 그대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외부 사건에 대한 생각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정적인 생각을 줄일 수 있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명상은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명상의 대상 외에 다른 대상에는 갈 수 없다.
마음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명상훈련을 통해 한 대상에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생각, 나아가서 어떠한 다른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게 할 수 있다.
생각은 본질적으로 볼 때 마음이 현재에 있지 않고 현재에서 이탈된 것이다. 과거나 미래로 가 있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것이고 미래는 그야말로 오지 않은 일이라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지나간 과거나 미래가 생각의 형태로 떠오른다. 그때 일어난 생각을 멈추면 과거와 미래의 영향에서 벗어난다.
올라올 때마다 놓아버리면 나중에는 올라오지 않게 된다.
사실 정신적인 문제나 정신적인 괴로움은 생각을 많이 해서 생겨난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는 그렇게 될 수 없다.
물론 이해가 되면 생각을 안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가 안 되고 정리가 안 되니 자꾸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악순환이 일어난다.
진정한 해결은 부정적인 생각이 나면 일단 그 영향에서 벗어나고 사물이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혜를 길러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보고 적절하게 자리매김하여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뭔가 대비가 필요한 것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 미래에 대한 생각에 잠기기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진정으로 대비하는 일이 뭔지를 찾고 실제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혼자서 찾아지지 않으면 적합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고민만 하거나 걱정만 하고 불안에 사로잡히면 괴롭고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면 줄인 만큼 정신적인 문제가 덜해진다.
불안증이나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든 어떤 정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신적인 문제는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면
줄인 만큼 상태가 좋아진다. 부정적인 생각을 줄여서 공황장애가 좋아진 사례를 소개하겠다.
40대 초반의 남자 환자는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던 같은 나이의 직장동료가 사무실에서 쓰러져 갑자기 죽고 난 뒤부터
문제가 생겼다. 사무실에 들어가기가 싫고 사무실에 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고,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뛰는
신체적인 증상이 생겼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 그랬으니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 속에서 2~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져 금방 죽을 것 같아 가족들에게
응급실에 데려다 달라고 하여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응급실에서 필요한 검사를 했을 때 정상이었고 혈압과 맥박도 정상이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그 후에 심장 정밀
검사를 하였는데 역시 정상이었다.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정신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
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몇 달 만에 필자를 찾아왔다.
스스로 공황장애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사무실에 있을 때 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성격이 참을성이 적고 다혈질이라고 했다. 필자도 진단 후 공황장애로 생각한다고 하고 환자가 염려하는 것은 환자의
생각일 뿐 실제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불안을 다스리는 약과 불안이 있을 때 자율신경계에 나타나는 현상을 다스리는 약을 같이 복용하면서 불안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현재 이 순간 일 초 이전으로도 이후로도 가지 않는 것이 약을 복용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일러주었다.
우리 마음은 순간적으로 어느 한 곳을 가는데 마음이 현재에 있으면 걱정하는 쪽으로 갈 수 없다.
그리고 마음이 어느 쪽으로 가면 그쪽으로 길이 나서 쉽게 그쪽으로 가게 된다고 마음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환자는 약을 먹으면서 필자가 말한 것을 꾸준히 실천했다.
환자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한다면서 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있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과거와 같은 생각이 들려고 하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현재에 집중하니 거의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여
이때부터 약을 점점 줄이기 시작했다. 환자가 올바른 노력을 하여 좋아지면 그만큼 약을 줄여도 좋은 상태가 유지된다.
환자는 마음을 편히 먹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태를 전에는 오로지 없애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설사 그런 일이 있더라도 죽지는 않으니까 괜찮고 내 삶의 일부
분이고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환자는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올바른 노력을 계속했고 치료한 지 6개월 후에 약을 먹지 않고도 괜찮아졌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며 여유 있게 웃었다.
요즘은 그냥 웃으면서 지낸다고 하였는데 아주 행복하고 건강해 보였다.
강박증은 자신이 원치 않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드는데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강박적인 생각의 영향을
받아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인 문제다. 강박적인 생각은 멈추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강박적인 생각도 생각의 일종이다. 생각을 멈추는 훈련을 통해 어떠한 생각이 들든 그것을 멈출 수 있다면
강박적인 생각도 멈출 수 있다.
필자가 상담치료를 했던 여자는 여러 가지 강박적인 생각이 있었다.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또 도둑이 집에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 혼자 집에 있을 때는 무서웠다. 상담치료 시간에 치료자를 통해 생각
의 속성을 알고 생각이 나면 멈추는 훈련을 꾸준히 해서 강박적인 생각이 드는 것에서 벗어났다.
1년 3개월의 상담치료 후 치료를 종결하였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선생님이 말해 준 것
을 늘 기억하려 한다’면서 ‘생각나면 멈추고, 오지도 않은 것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고 한 필자의 말을 실천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사니 우선 생각 자체가 잘 올라오지 않고 설혹 올라와도 그런 생각이 번거롭고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하였다.
3) 실제를 봄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
실제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생각한 대로 안 될 때 괴로움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실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현실에 맞게 할 때 의도하는 대로 되어 인생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정신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치료는 환자가 실제를 있는 그대로 보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실제를 그대로 보려면 자신이 하는 생각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치료했던 어떤 남자 직장인은 자신이 남을 너무 의식해서 꾸부정하게 걸어가는 걸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게
너무 부담된다고 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꾸부정하게 걷는 것을 그대로 한 번 해보라고 하니 직장에서 걷는 대로 걸었다.
필자가 보기에 약간 꾸부정한 것은 있으나 남의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쓰
거나 쓰더라도 환자가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이 환자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첫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실제를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자신의 걸음걸이나 외모에 대한 생각을 줄이는 것이다.
오랫동안 어떤 생각을 하면 현실을 왜곡해서 볼 수 있다.
필자에게 치료를 받는 어떤 남자 대학생은 치료를 받기 전에는 자기 생각이 실제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동급생이 자기가 없을 때 자기 책을 봤다는 생각이
들면 실제로 봤다고 생각하고, 그가 자기에게 또 해가 되는 행동을 할 것 같아 두려워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면서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 생각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는 실제를 보려고 노력하고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해 단정 짓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떤 생각이 나도 생각은 생각에 불과하다고 여겨 영향을 덜 받는다.
환자들은 실제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면서 많이 좋아진다.
남편에 대한 불신과 화 때문에 정신병에 걸린 어떤 여자가 있었다. 이 환자는 사업을 하는 남편을 도와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면서 자금 문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남편을 돕는 일이라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남편이 자기가 어렵게 도와주는 줄도 모르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사업을 확장하고 직원도 더 뽑는 등
회사를 방만하게 운영했다.
환자가 보기에 직원들이 몰래 돈을 빼돌리는 것 같아 남편에게 이야기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남편이 환자의 친척을 회사 사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환자는 남편에게 섭섭했다.
그런 날이 몇 달 계속되자, 이제는 남편만 봐도 화가 났다. 환자는 당시에 종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종교적으로 깊이
빠져들면서 환청이 들리고 초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됐고 좀 회복되어 퇴원해서 치료받던 중 필자를 찾아오게 됐다.
약을 쓰면서 정신치료(상담치료)를 했다. 치료하면서 생각과 실제는 다를 수 있으니 실제를 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환자의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보다는 실제를 보려고 노력했다. 남편이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인지 보려고 노력하면서
남편에 대해 화를 적게 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차분하게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또 과거에는 어떻게 하든 회사 문을 닫지 않으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순리대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되었다.
회사 문을 닫는 것이 최선이면 그렇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과도 그것에 대해 의논했다.
그러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져 약의 복용량도 많이 줄어들고,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가족도 그렇게 느꼈다.
자기 생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를 정확히 보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치료의 시작이다.
그렇게 되면 잘못 보는 자기 생각으로부터 자기를 지킬 수 있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믿지 말라고
한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생각이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잘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4) 인과의 법칙을 앎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억울해하거나 손해 봤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거나 그 화를 잘 처리 못 해서 우울증이나 신체의
증세가 생긴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만하니 일어난다. 다만 그 사람이 이해 못 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 필연
적인 과정이 안 보일 뿐이다.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면 원망하는 마음이 줄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오게 하려고 노력
하게 된다.
환자가 수행을 통해 이러한 이치를 체득할 수 있거나 치료자가 환자가 납득할 수 있게끔 세상의 이치를 잘 설명하고
충분히 토의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이 신체적인 현상이든 정신적인 현상이든 사회적인 현상이든 그것이
일어날 만한 이유나 과정이 있어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화를 내며 그것과 싸우는 데 힘을 소진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상황이나 상태가 점점 나아진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세상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순간순간 우리의 상태가 나아진다.
5) 관찰적 자아를 강화시킴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
명상을 하여 관찰적 자아가 강화되면 자기를 지켜보는 힘이 강해진다.
마음에 동요나 힘든 일이 있어도 불안으로 반응하지 않고 외부 현상이나 자기 자신 내부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적절한 반응을 하게 된다.
과거에 해오던 방식대로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최선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이것은 특히 공황장애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 환자는 신체적 요인으로 극심한 불안을 경험한 후 또 그런 극심한 불안에 빠질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신체적 상태가 좋지 않으면 불안에 빠진다. 신체적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어떤 요인으로 인해 단지 신체적 상태가 안 좋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정신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면 공황장애의 치료에
큰 진전이 있게 된다.
6)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됨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
명상을 통해 현재를 관찰함으로써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게 된다.
세상은 생명을 가지지 않은 것과 생명을 가지고 생명 활동을 하는 존재로 구성되어 있다. 생명을 가지지 않은 것은
자연법칙(과학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생명 가진 존재는 사람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다. 사람이 현재로서는 가장 힘이 강하고 영향력이 크니 사람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을 포함해서 살아 있는 존재는 다 자기 존재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자신이 생존하고 자신이 좋고 편안한 것을 추구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한다. 그래서 자기에게 좋은 것을 취한다.
나도 내가 좋은 것을 취하듯이 남도 그렇다. 남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면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면 남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또 남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남이 나를 대하는 것이 달라질 것이다.
남이 나를 좋게 보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고 남이 나를 나쁘게 보면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
내가 남의 마음속에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남이 좋게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뭔가를 남에게 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싫어하는 것도 하지
않는다. 결국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길을 찾는다. 남이 뭘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남의 입장에서 생각도 해보고
상대방 입장도 되어 본다.
남과 공존하는 길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남과의 충돌이 줄게 된다.
사람은 마음에 따라 움직이지만 마음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의 마음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남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하면 관찰력이 향상된다. 관찰력이 뛰어나게 향상되면 다른 것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아는 것은 정신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어떤 남자 고등학교 학생은 환청과 피해망상으로 치료를 받으러 왔다.
‘세상의 이치’를 듣고 같은 반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좋지 않게 대해도 과거처럼 ‘아이들이 일부러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저런다.’ 하면서 피해망상으로 반응하지 않고, ‘나도 쟤들에게 불편하게 한 것이 있으니 저러겠지.’ 하고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
평소 자신이 반 아이들에게 한 행동을 반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고 생각했다.
자신과 반 아이들에게 좋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아이들
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했다. 그런 노력을 계속하자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왔다. 그전에는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아예 말도 하지 않고 자기도 미워했는데,
이제는 그럴 때 현실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자기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만약 아이들이 자기를 오해하고 있다면 풀려고 애썼다.
가능하면 그런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맺는 글
지금까지 명상이 어떤 것이고 명상을 통해 뭘 경험할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해 정신적인 문제나 괴로움을 어떻게 치유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개인마다 명상을 했을 때 경험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개인이 가진 문제도 개인마다 다르다. 명상을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잘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경험을 통해 명상을 치유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
전현수/ 전현수신경정신과 원장. 부산대 의대, 한양대 의대 신경정신과 석사, 박사 과정 수료(의학박사).
순천향대학·한양대학교 신경정신과 외래교수 역임. 저서로 《울고 싶을 때 울어라》 《노동의 가치, 불교에 묻는다》
(공저) 《정신과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음치료이야기》 등과 역서로 《붓다의 심리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