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세계“죽음이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

작성자: 상생동이님    작성일시: 작성일2018-05-23 20:22:21    조회: 2,500회    댓글: 0

“죽음이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한겨레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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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삶의 한 관문일 뿐임을 설명하는, 달라이 라마 주치의 배리 커즌 스님. 

 

티베트불교 배리 커즌 스님 인터뷰

 

1927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티베트 사자의 서> 최초의 영역본이 발간되었을 때, 서양 종교·심리학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인간이 죽은 이후 어떤 것을 체험하는지 사후 세계를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편집 책임자는 미국 학자 에번스웬츠 박사였다. 눈 덮인 히말라야에서 현자를 찾아 헤매던 그는 인도 다르질링 경찰국장의 추천으로 부탄에서 고행중이던 티베트 불교의 고승 라마 카지 다와삼둡이 번역한 것을 서양에 전했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14세기 티베트의 밀교 수행자 카르마 링파가 감포다르라는 산속에 매장돼 있던 것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티베트 사자의 서>의 원저자는 8세기 인도의 고승 파드마삼바바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 파드마삼바바는 문수·관음·금강수 등 세 보살이 합일된 화신으로, 석가모니 붓다에 이은 제2붓다로 일컬어진다. 현 파키스탄 동북부 스와트 계곡에서 태어나 날란다대학에서 배우고 히말라야와 현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을 순례하며 깨달음을 얻은 파드마삼바바는 티송데첸왕의 초청으로 티베트에 입국해 티베트 무속인 뵌교(본교)를 제압하고 라싸에 삼예사를 건립한 티베트 불교의 태두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죽어가거나 방금 죽은 사람이 생사윤회를 초월해 해탈을 얻도록 돕고, 해탈하지 못하더라도 평안한 죽음을 맞고 안정된 다음 생을 얻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책의 영문판이 발간되자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 철학에는 불교심리학의 핵심이 담겨 있다”며 “이 점에서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이 <티베트 사자의 서>에 담긴 ‘죽음의 철학’을 전하기 위해 배리 커즌(68) 스님이 지난달 24일부터 3월3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인으로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10년간 의사로 활동하다 26년 전 티베트 불교에 귀의했다. 배리 스님은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주치의로 활동하며, ‘이타주의 의술’(altruismmedicine.org)이란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타주의자답게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인 기도시간에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 천년 된 등신불이 발견됐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하며 그의 언급을 인용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히피였다는 그는 이미 티베트 불교의 중물이 깊게 밴 수행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방한 기간 중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주최의 세미나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관심에 응답했다.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 안국동에서 만났다.

 

임종 뒤 사후세계 세밀한 묘사로

서양 종교·심리학자들을 놀라게 한

<티베트 사자의 서>

이 책에 담긴 ‘죽음의 철학’ 전파

호흡 끊어진 뒤 광명을 체험하면

윤회에서 벗어나 바로 해탈

세월호 유가족 위해서 함께 기도

절망에 너무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

 

-죽음 준비와 죽음을 위한 수행이 왜 필요한가?

“죽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실제를 알기 위한 것이다. 또 죽어가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병과 죽음을 어떻게 여겨야 하나?

“나이가 들면 병이 생기고, 병이 생기면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좋다. 죽음은 누구도 예외가 없다. 나는 항상 건강하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병과 죽음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할지 몰라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종교가 내세에 대한 확신을 말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계속 수술을 받는 유명 종교인들을 보았는데.

“각자가 스스로 내려야 할 결정이다. 질병에 따라 대처가 다를 수도 있다. 티베트 불교에선 위암에 걸린 노승들을 많이 보았다. 그 수행자들 가운데 위암을 확인하고 수술을 안 하기로 결정한 분들이 많다.”

 

-임종 때 호흡이 멈춘 뒤 광명을 체험하면 해탈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빛 체험이 가능한가?

“요가 수행자들이 임종 때 거치는 8단계를 미리 수행하는 것도 그 투명한 빛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티베트어로 이 맑은 광명을 ‘우세르’라고 하는데, 너와 내가 분리된 이분법적인 의식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다. 그런 맑은 의식이 사는 동안 나타나기도 한다. 재채기할 때도, 섹스를 할 때도, 하품을 할 때도 나타날 수 있지만, 육체의 쾌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죽는 순간에도 명상을 해 삼매에 들 수 있다면 모자상봉을 하듯 그 광명과 만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에선 임종 때 바로 해탈할 수 있는 ‘포와’(의식 전이) 수행이 있는데, 사는 동안 선행 공덕을 쌓지 않고도 그 수행만으로 해탈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생에 나쁜 일만 해온 사람이 포와 수행을 제대로 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선행을 쌓고 수행을 해 카르마를 씻은 이들이 마지막에 포와 수행이 가능하다.”

 

-임종 뒤 중음 단계에서 해탈하지 못하면, 업(카르마)에 의해 내생이 결정된다는데, 그렇다면 우리 생의 운명은 정해진 것인가?

“복잡한 이슈다. 달라이 라마 존자는 ‘카르마는 앞으로 하는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의지로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지로 카르마를 녹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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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발달로 자신의 희망과 달리 기계에 의존해 생명이 연장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의사이므로, 기계에 의한 생명연장을 거부한다는 것 등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지 미리 유언을 남겨놓는 게 좋다. 본인의 유언이 없는 가운데 그런 상황을 맞았다면 가족과 의사 등 관련자가 모두 모여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의논해야 한다. 무조건 수명을 연장만 하는 게 최선은 아니다. 수명 못지않게 중요한 게 삶의 질이다.”

 

-티베트 불교에선 임종 후 49일 동안 온갖 부처의 환영이 나타난다고 한다. 다른 종교나 무종교인의 사후에 부처의 환영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들은 어떻게 되는가?

“자신의 문화와 종교적 배경, 또는 업에 따라 환영을 보게 된다.”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은 분들이 기도로 함께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너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49재는 끝났지만, 희생자와 인연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튼튼하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좋다.”

 

-서양 의사로서 티베트 불교 수행자가 된 뒤 건강에 대해 가장 달라진 관점은?

“병이 날 때 몸의 통증을 잠재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맑은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의식이 흐려지면 육체 건강의 질도 떨어진다.”

 

-지금 내가 죽어간다면 어떻게 말해주겠는가?

“죽음은 생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 삶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은 전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신 혼자만 죽어가는 게 아니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죽음의 순간, 좀더 평화로워지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나처럼 죽어가는 많은 이들에게 치유의 에너지를 보내는 마음을 가져라. 그래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끝까지 잊지 마라. 이는 건강한 때도 중요하다. 임종자를 위해 자비의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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