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로 밝혀보는 한민족의 뿌리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신동아 2002년 1월호 | |||||||||||||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우선 당뇨병을 치료하는 내과의사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 민족의 뿌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당뇨병 연구를 하다가 우리 민족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 | ||
다윈과 헉슬리는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사람과 비슷한 원숭이와 고릴라 등이 아프리카에 가장 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
미토콘드리아와 분자시계 | ||
이러한 차이점들을 근거로 결론지어 말하면 인류는 어떤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약 60만년 전에 나뉘었다고 계산되고,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일부가 유럽으로 이주하여 살다가 멸종되었고,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부모가 나타난 것으로 본다. | ||
미토콘드리아 이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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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뿌리는? | ||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조상이 나왔고, 이들이 세계 각처로 이동하였다면, 한민족의 뿌리는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 ||
한국인과 아메리카 인디언은 한뿌리 | ||
유전자 풀이란 한 종류의 생물집단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령 혈액형(A, B, AB, O)에 따른 사람들의 분포는 각각 A형이란 유전자와 B형이란 유전자가 얼마나 그 집단에 있냐에 따라, 즉 A와 B 혈액형 유전자 풀에 의하여 결정된다. 실제로는 혈액형을 따지는 것이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즉 DNA의 변이를 따지는 것이 훨씬 자세하게 그 실상을 알게 해준다. 서론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중국 북부인과 남부인 사이에는 이러한 혈액형의 차이가 크다. | ||
남·북부 아시안은 언제 갈라졌나 | ||
즉 한민족의 뿌리는 두 갈래다. 그리고 그 주류는 인구 숫자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방 아시아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간 많은 고고학적 연구나 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와 합치한다. | ||
바이칼 호수는 원래 저지대 | ||
즉 <그림 1>에 나타난 이동은 1만5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나는 바이칼호수의 물이 대부분 이때 쏟아져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바이칼호를 지금 흘러들어가고 있는 물로 가득 채우려면 약 400년이 걸린다니까 말이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하나의 민족 아니다 결국 유전적으로 보아 우리 민족의 뿌리는 크게 두 갈래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중 70∼80%는 북방계이고 20∼30%는 남방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타 일부 유럽인과 다른 그룹이 섞여 있다. 필자는 이러한 유전자 구도가 구한말 이제마 선생이 주창한 사상체질의학(四象體質醫學)의 유전적 근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다음은 결론적으로 단국대의 김욱 교수가 Y염색체 및 mtDNA 변이분석을 통해 동아시아인의 집단형성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개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동아시아인 집단형성에 관한 과거 인류의 집단팽창 과정과 이동경로, 그리고 그 시기 등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이에 관한 연구는 많은 인류진화학자들에게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인류유전학자들이 지지하는 아프리카 기원설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 갈라져나온 인류가 중동을 경유해 인도 또는 동남아시아에 정착한 경우와, 중동을 거쳐 중앙아시아를 경유한 집단이 동남아시아 또는 한반도·일본에 정착했을 경우 두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어느 곳에 먼저 정착했는지는 현재까지 분명치 않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대의 리 교수 등은 Y염색체 DNA 분석을 통해 약 6만년 전에 동남아시아에 먼저 정착한 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무렵 동북아시아 및 시베리아로 이주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 쿤밍(昆明)대의 야오 교수 또한 mtDNA 분석에서 이와 비슷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애리조나대의 해머 교수 등은 동아시아인의 집단형성은 더 복잡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는 Y염색체 DNA 분석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유전자 풀이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집단에 상당한 기여를 했으며, 일부의 경우 최근의 집단 팽창을 통해 중국 남부 또는 동남아시아의 유전자 풀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기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김욱 교수팀)가 동남북 아시아인 집단을 대상으로 Y염색체 DNA 및 mtDNA 변이분석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단의 유전자 풀은 동북아시아인 집단의 유전자 풀이 대부분이나, 이와 함께 중국 남부 및 동남아시아인 집단의 유전자 풀이 상당량(약 30%) 혼합된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집단은 동아시아인 집단 가운데서도 중국인집단과 가장 가까운 유전적 변이를 지니고 있으며, 일본인 집단은 한국인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때문에 한국인 집단은 적어도 두 가지 경로 이상의 다양한 민족집단이 혼합과정을 겪으면서 형성되었으며, 유전적으로 하나의 민족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초기 한반도에 정착한 민족은 물론 최근의 민족집단이 이동한 경로 및 그 시기를 밝히는 것은 향후의 과제며, 한반도에 가장 먼저 정착한 민족과 이후의 민족이동 및 집단형성 등에 관해서도 좀더 자세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세계인들의 경쟁 필자는 더 자세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 풀 분석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 에모리대의 월레스는 2002년 중반 정밀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즉 우리의 유전적 뿌리를 미국 학자들이 밝히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또 이웃 일본에서는 수년 전부터 일본인의 기원을 찾는 연구를 위해 해마다 10억원의 정부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NHK방송은 현재 일본인의 기원에 대한 르포를 시리즈로 방영, 일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외국에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더라도 필자는 한국인의 유전자 풀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유전자 풀을 비교 연구하는 우리의 ‘이브(EVE) 계획’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일을 우리 손이 아닌 남의 손에 맡겨둔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그리고 우리 손으로 우리 자신의 정체를 파악해내는 작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필자는 이브 계획이 단순히 한국인의 염기서열 분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진화과정에서 겪었던 과거를 감안하고 지금의 체질을 함께 조사하는 대형 연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한민족의 진화(Evolution)와 역학(Epidemiology)을 함께 조사하려는 이브계획(국립보건원 주관)의 기본 시각이다. 유명한 진화론자인 도브잔스키는 “당뇨병과 같은 흔한 유전적인 질환의 이해는 인류의 진화(과정과 적응한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올바르게 접근할 수 없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에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중시하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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