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나는 한국 - 25시 작가 게오르규
세계적인 석학이며 “25시”의 작가인 게오르규(1916∼92)는 한 칼럼에서 홍익이념을 언급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정치·경제지인 “라 프레스 프랑세스”(86년 4월18일자)에 실린 ‘다시 일어나는 한국’이라는 글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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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만 해도 유럽인들은 한국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유럽으로 돌아온 하멜(1692·네덜란드 선원) 일행은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민족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후로부터 한국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한국은 매년 10월3일이면 개천절을 기념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은 지극히 평화적이고 근면한 국가다. 단군은 개국과 함께 그 국민에게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이념과 농사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구텐베르크(1398∼1468)보다 2세기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홍익인간이라는 단군의 통치이념은 지구상의 법률 중 가장 강렬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법률이다. 그들은 예술을 사랑하고, 그 나라 옛날 여인들은 왕녀와 같이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으며 전통사상을 지켜왔다…(중략).
한국인은 세계적 대륙의 거대한 공사장에 진출, 단군의 이념인 홍익인간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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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내한 1.2차 강연 - 이화여대, 대구 계명대
* 그런데 게오르규는 1974년, 그 절망에서 인간을 구원할 동방은 한국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1974년 3월 “문학사상”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25시에서 자신이 예언한 동방은 동양의 작은 나라인 한국이 분명하다고 했다.
“…나는 25시에서 직감적으로 ‘빛은 동방에서 온다’는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빛은 아시아에서 온다고 말했 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25시를 읽은 젊은 사람들은 그 ‘동방’이 모택동의 중공을 의미하는 줄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중공은 빛과 반대되는 암흑의 세계인 것을 압니다.
내가 작품 속에서 빛이 온다고 말한 그 동방은 당신네 들의 작은 나라, 한국에 잘 적용되는 말입니다. 이것은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며 당신네들의 마음에 들려고 과장해서 하는 말도 아닙니다.
내가 그걸 알 수 있는 것은 구주이신 예수님이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신 걸 알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틴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 지도에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보잘것 없는 작은 마을 베들레헴이라 불리는 그 소촌에서 태어나리라는 것을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빛은 결코 뉴욕이나 모스크바나 북경과 같은 큰 도시에선 오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무명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온 것처럼 지금 인류의 빛도 작은 곳에서부터 비쳐올 것입니다. 내일의 빛이 당신네 나라인 한국에서 비쳐온다 해서 놀랄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네들은 수없는 고난을 당해온 민족이며, 그 고통을 번번이 이겨낸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고난의 수렁 속에서 강제로 고개를 처박힌 민족이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고개를 쳐든 사람들입니다. 당신네 한국 사람들은 내게 있어서 젊은 시절에 읽은 성서의 ‘욥’과 같은 존재입니다. … ”
■ “25시를 넘어 아침의 나라로” (문학사상사, 1987. p15-16)
* 그리고 게오르규는 25시의 절망에서 인간을 구원할 열쇠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도를 펴놓고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은 열쇠처럼 생겼는데, 한국은 동아시아와 러시아(유럽)가 시작되는 ‘태평양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는 세계의 모든 난제들이 ‘열쇠의 나라’ 한국에서 풀릴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국을 그는 ‘아시아의 보석’이라고 했다.
“한국은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극동 아시아의 하나의 반도이다. 그러나 평면 구형도를 놓고 볼 때 그것은 반도가 아니다.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귀고리다. 아시아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하여,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하여 하나님은 그 자리에 한국이라는 귀고리를 달아 놓은 것이다. 한국은 보석처럼 정교하게 깎여지고 만들어지고 가꾸어 진 것이다. 그 해안은 레이스로 되어 있다. 칠보로 되어 있다. 그것은 정말로 자수이다. 오직 보석만이 그런 식으로 재단된다.
한국은 반도가 아니고 하나의 장식품이다. 하나의 보석, 하나의 귀고리이다. 레이스로 수놓은 1천 8백km의 해 안에 3천 4백 개의 섬이 있다. 세공된 크고 작은 섬, 온갖 형태의 섬들이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 이 해안에서 등을 돌려 한국의 내부로 시선을 돌린다면 한국이 보석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지리학자는 이 반도는 3/4이 산악지대라고 말할 것이다. 구름 위까지 뻗치는 산이 있고 거기에 다른 산들이 연결되어 있다.
토지의 기복을 제하면 그것은 해안과 마찬가지인 레이스이다. 산들은 구름에 걸린 레이스와도 같다. 레이스를 이루는 산꼭대기인지, 하늘과 구름인지를 때로는 분간 할 수가 없다. 아시아의 귀고리는 부조(浮彫)로 된 작품이다. 그 산은 칠보의 레이스이다. 지도상의 한국은 매우 작다. 모든 보석이 그런 것처럼 하나의 귀고리는 제 아무리 커도 역시 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