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신과 내재신이 동학신관으로 연결고리 찾았다”
김주호 민족종교대기자 칼럼-'東⋅西 ‘神觀’의 만남'
세계 고등종교들이 갖고 있는 여러 형태의 신론 중에서 그 대표적인 것이 대체로 유신론(Theism)과 범신론(Pantheism) 그리고 범재신론(汎在神論), Panentheism)으로 집약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이며 신학자인 찰스 하트숀은 신성의 다섯 가지 요소를 뽑아 앞에 말한 대표적 신관의 특징을 설명했다.
즉, 그는 신은 첫째, 의식적(C)이며 둘째, 세계를 알고(K) 있고 셋째 세계속에 내재해(W) 있으며 넷째, 영원하며(E) 다섯째, 시간적(T)라는 것이다.
유신론은 C⋅K⋅E요소를 종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고, 범신론은 C⋅K⋅W⋅E를 포함하며, 범재신론은 C⋅K⋅W⋅E⋅T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내포한 생존 자체라고 말해진다.
그에 의하면 과정신학의 신관이 범재신론 적이라고 한다. 범신론과 범재신론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범신론은 ‘모든 것이 신이다(All is God)이고 범재신론은 ‘모든 것이 신안에 있다(all is in God)’는 경우이다. 서구 사상가 중에 모르간, 알렉산더, 화이트헤드, 하르트만, 샤르뎅 등이 이에 속한다. 이 가운데 하이트헤드의 과정신학이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의 종교철학사에서는 단연 최수운(崔水雲)의 신관을 범재신론 적이라고 학계는 꼽고 있다.
니체가 죽인 神, 수운이 살려내
역사적으로 지난 19세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사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반적인 변화의 시기였다.
서양에선 F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전통 기독교의 초월적 인격신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동학(東學)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는 그와 반대로 신을 인격화해 '천주(天主)’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려냈다. 서양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서양은 기독교에 의해 신이 너무 인격화해 있었기 때문에 비인격화 할 필요가 있었고, 반면에 동양에서는 하(夏) 은(殷), 주(周) 이래 인격신이 사라져 다시 인격신을 살려 낼 필요가 있었다. 즉, 인격신 하나님(하느님) 상제(上帝) 같은 존재는 사라지고 무(無), 도(道), 기(氣), 리(理) 같은 비인격적 개념들이 사상사의 주된 자리를 차지해 왔던 것이다. 신을 죽여 놓은 서양은 비인격적인 요소를 찾아야 했으나, 니체는 그 작업을 해내지 못했다.
물론 20세기에 들어와 M하이데거와 폴틸리히의 '존재자체’ 같은 개념이 비인격적인 개념에 해당되기도 한다. 그러나 동학이 창도된 그 이듬해 태어난 화이트헤드(1861~1947)에 의해 인격신과 비인격적 존재는 보다 세밀하게 조율된다.
화이트헤드는 니체처럼 형이상학적 인격신은 배격하면서도 '신’이라는 개념을 비인격적 '창조성’과 양립시킨다. 수운은 인격신을 '천주(天主)’라 불렀고, 비인격적인 '기’를 '지기(至氣)’라고 하여 천주와 양립시켰다. '신’과 ‘창조성’-'천주’와 '지기’의 일치, 수운과 화이트헤드의 사상은 참으로 절묘하게 만든다.
동⋅서의 지난한 철학적 과제였던 초월 신과 내재신, 인격신과 비인격적 존재(초인격신) 자체가 화이트헤드의 과정신학과 수운의 동학신관에 의해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다.
세계로 나아갈 우리의 철학을
근래 미국에서는 동부 보스턴대학교의 로버트 네빌 같은 초월신관 측과, 서부 클레어몬트대학교의 포드를 비롯한 과정신학 측 사이에 범재신론 신관을 놓고 벌이는 신관논쟁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천도교 수운회관 주변에서 몇몇 연구가들에 의해 시천주(侍天主), 인내천(人乃天), 초월성과 내재성, 하나님(하날님)과 한울님 등의 문제를 놓고 신관논쟁이 뜨겁게 일기도 했으나 계속 되질 못했다.
아무래도 교단 내부에서의 신관논쟁은 한계가 있는 법인가 보다. 신관논쟁은 역사적으로 계속 돼온 철학적 근본 문제이다. 학적논쟁을 통해 서로 만남을 이루고 상보 하며 이론을 다듬어 간다.
문제는 논쟁을 외면해온 한국의 학계다. 학계는 이런 자생적 사상논쟁들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이론적으로 가다듬어 세계로 들고 나갈 '우리의 철학’ 창출에 애정을 갖고 적극 나설 때다. 금년 4월5일은 최수운이 1860년 동학을 창도한지 154주년이었다. 서세동점의 시기에 출현한 수운의 신관, 사상 등이 이 시대에 재조명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다뤄 봤다.<김주호 민족종교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