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단군사화! (1)
2018년 개천절을 맞이하여 질문 있는 특강 쇼 ‘빅뱅’에서 단군에 대한 주제로 2차례 방영이 되었습니다. 9월 27일에 우실하 교수가 ‘단군은 역사다’라는 주장을 하였고, 10월 4일에 송호정 교수가 ‘단군은 신화다’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방송 뿐 아니라 서점에 나온 각종 역사서적만 보더라도 위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는 무엇일까요?"라고 물어보면 으레 "고조선이요."라는 답이 나옵니다. 단군이 실재했다고 하는 말을 ‘단군사화’라고 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단군신화’로 익숙하게 알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단군사화가 아니라 단군신화라고 얘기할까요?
단군은 왜 역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요?
먼저 중국의 역사왜곡부터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중국, 단군조선을 조선이라 적지 못하고...
첫째, 중국은 여러 사서에 단군조선을 정식 나라이름인 '조선朝鮮'으로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숙신, 구이, 예, 맥, 오환, 발식신 등 다양한 이름들이 중국의 역사서에 등장합니다.
왜 그들은 단군조선의 이름을 중국사서에 기재하지 않았을까요? 이는 중국이 단군조선의 제후국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을 개, 돼지, 오랑캐를 뜻하는 말로 기록하면서 거대한 대제국이었던 단군조선은 산산조각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이후 기자의 가르침을 받은 연후에야 비로소 문자를 쓰고 예의를 배우게 되었으며, 중국의 식민지인 위만조선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단순히 조선의 이름만 부족, 혹은 제후국의 이름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그 의미도 왜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이름이 바로 '동이東夷'입니다.
<<후한서>> <동이열전>에는 "동방을 夷라고 하는데, 夷는 근본을 말한다.[東方曰 夷, 夷者 柢也.]"라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이가 동방 역사문화의 근원, 뿌리라는 중요한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동이의 夷를 한자로 파자해보면 큰 대大자와 활 궁弓자가 합쳐져 있는데요, 한자 그대로 동이를 보면 동쪽의 큰 활을 쏘는 민족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이는 근본을 뜻합니다.
결국 중화민족이 아닌, 단군조선을 세운 동이족이 동방 역사의 뿌리였기 때문에 중국은 이 사실을 감추려 하였습니다. 나아가 동이를 '동방의 오랑캐'라 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폄하된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예맥濊貊'을 들 수 있습니다.
흔히 예맥하면 고구려가 떠오르죠? 예는 호랑이 토템 부족을, 맥은 곰 토템 부족을 뜻합니다. 민족문화연구원 심백강 교수는 예맥은 본래의 의미를 숨기기 위해 글자의 원형까지 바꾼, 안타까운 명칭이라고 밝혔습니다.
예濊는 본래 새롭다는 음을 따서 세歲라고 사용합니다. 그런데 세歲 앞에 물 수氵변과 벼 화禾자를 붙여서 '더럽다'는 의미로 변했습니다.
맥貊 역시 밝다는 뜻을 지닌 배달족, 밝족입니다. ‘밝(박)’에서 음을 딴 백白 혹은 백百이 원래 명칭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치豸 변을 더하면서 사나운 짐승이라는 뜻의 맥貊이 되었고, 여기서 다시 오랑캐라는 의미貉로 변질되었습니다.
그런데 맥족의 원래 명칭이 맥이 아니라 백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료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유교의 경전, 『주례周禮』입니다. 『주례』의 맥貊자에 대해 후한시대의 대학자, 정현鄭玄이 주석을 달았는데요, ‘맥이 아니라 백百과 같은 <바이>라는 (중국)발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맥족이 원래는 밝음을 숭상하는 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중국은 단군조선의 역사왜곡을 위해 역사서를 불태웠습니다.
불타 사라진 역사서
단군을 신화로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날 우리의 고유 역사서가 송두리째 잿더미가 된 사건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이 『기년아람紀年兒覽』 서문에 대표적으로 잘 나와 있습니다.
1. 당 나라의 이적이 고구려를 평정하고 나서 평양에 동방의 전적을 모아 놓고서 그 문물이 중국에 겸손하지 않음을 꺼려서 모두 불살랐고,
2. 신라 말기에 견훤甄萱이 완산完山을 점령하고 삼국三國에서 남긴 책을 실어다 놓았는데, 그가 패망하게 되자 잿더미가 되어 깨끗이 없어졌으니, 이것이 3천년 이래 양대 서액書厄입니다.”
『기년아람』「序」
위 사건들로 인하여 우리 상고사를 기록한 역사서가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고려, 조선시대를 지나며 우리 스스로도 단군조선 당시 천자국의 위상을 잊어버렸습니다. 동시에 중국에 사대하는 소중화적인 사고를 하게 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역사서들도 모두 배척당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조선의 세조, 예종, 성종 대에 이르러서는 ‘닉자처참匿者處斬’이라 하여 중국의 뜻에 어긋나는 역사서와 철학서를 모두 압수하고, 그 책들을 숨긴 자는 참형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역사서를 불태움으로써 단군과 상고역사를 되찾을 길은 더 소원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아무리 나라 이름을 지워도 우리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면 단군이 신화가 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어떻게 우리는 단군을 이렇게까지 신화로 몰아가게 되었을까요? ebs 질문이 있는 특강 쇼 빅뱅과 서점의 각종 서적을 살펴보며 단군조선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2편에서 계속(일본에 의해 사라진 단군조선)
-글쓴이 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