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단군사화! (2)
왜 일본은 단군을 신화로 만들었나?
앞서 중국과 중국의 사대주의 영향으로 우리 스스로 단군의 역사를 지워버린 것도 모자라, 근대에 와서 또 한 번의 아픔이 조선을 강타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일제강점기’입니다. 이 기간은 우리 민족의 암흑기이자,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수탈당한 역사입니다. 일본은 철저하게 역사를 지우고 민족혼을 말살하려 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는 “한 민족을 멸망시키려면 그 나라의 역사를 말살해야 한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일본은 그 말을 가장 철저하게 지켰던 나라였죠.
다음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초대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1852~1919)가 한 말입니다.
“조선인의 민족적 반항심이 타오르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역사연구다.”
민족적 반항심, 즉 나라를 되찾으려는 독립운동가들을 막기 위한 정책이 바로 역사를 연구하고 왜곡하는 사업이었던 것입니다. 조선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왜곡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부각시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한 뒤 일본에 동경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조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나름의 강구책이었던 것이죠.
단군을 신화로 만든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은 식민지배를 당해야 할 조선의 역사를 보니 자신들보다 더 오랜 역사와 오히려 문물을 전수받아 문명의 혜택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남기기엔 치욕이겠죠. 오랜 역사를 지닌 조선의 상고사를 축소시켜 은폐시킬 방도는 바로 단군조선을 신화로 왜곡하기에 명분이 충분했습니다.
일본, 단군을 지우다
1985년, <조선일보>에는 놀랍고도 슬픈 기사가 실렸습니다. 일제가 한민족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 단군과 관련된 기록을 중점적으로 약탈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중요한 사서는 정창원正倉院으로 가져가고, 20만 권에 달하는 책을 압수하여 불태웠습니다.
일본이 자행한 역사왜곡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1916년 조선사편수회를 조직하였습니다. 조선사편수회는 일제의 통치목적에 맞게 한국사를 연구·조작하기 위해 설치한 기관입니다. 이 기관에서는 1932년부터 1938년 동안 『조선사』 37권을 간행하였습니다.
혹시 역사교과서를 보면서 “왜 500년 밖에 안 되는 고려, 조선의 분량은 이렇게 많고 700년, 천 년을 이어온 고구려, 신라의 역사는 짧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특히 단군조선과 북부여를 비롯한 열국시대에 관한 내용은 매우 적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일본사학자들의 손으로 편찬한 『조선사』 37권을 살펴봅시다.
상고사부터 고려까지의 역사는 11권인 반면, 조선의 역사는 절반이 훨씬 넘는 24권에 달합니다. 왜 그럴까요? 상고사는 줄여 역사를 축소 시키고, 자신들이 다스린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때의 조선의 역사는 날조하여 입맛에 맞게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수정된 『조선사』 의 비율은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민족혼을 말살하던 조선사편수회에서 가장 악랄하게 우리 역사를 왜곡한 사람은 바로 이마니시 류(今西龍, 1875~1932)입니다. 이마니시 류는 단군의 건국 ‘사화史話’, 즉 역사적 사실을 신화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이마니시 류는 ‘환국’이라고 적혀있던 나라 이름을 ‘환인’이라는 한 사람의 이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한 글자를 고침으로써 환국-배달-조선으로 이어지던 세 나라의 역사가 단순히 환인-환웅-단군이라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의 한 가족사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단군조선, 이것이 진실이다
-이태룡 박사, 『이것이 진실이다』-
‘단군은 신화’라는 것에 대해 이태룡 박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단군신화라는 해괴한 용어는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삼국사절요> <동국통감> 등 관찬사서, 그리고 수많은 유학자들의 문집에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단군의 건국사화가 『단군고기』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인 1920년에 ‘단군신화’라는 해괴한 이름이 갑자기 등장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그 이름으로 300여 논저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해방된 지 벌써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단군신화가 익숙하게 들립니다. 일본은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단군을 신화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이렇게까지 해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영원한 지배, 즉 조선을 영원히 지배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해방된 지 7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 일제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조선사편수회가 펴낸 식민사학 조선사의 유산을 벗어나지 못한 일부 주류사학에서는 단군을 신화로 말하고 있습니다.
EBS에서 다뤘던 <우리 곁의 친일 잔재>라는 다큐가 통해 이것이 단순히 역사학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계, 미술, 음악계열에서도 이런 식민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단군세기』 서문에 역사와 혼을 잃은 민족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앞으로 역사광복을 함께 이루어나가는 주인공이 되어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夫餘에 無夫餘之道然後에 漢人이 入夫餘也며
부여에 부여의 도가 없어진 후에 한나라 사람이 부여에 쳐들어왔고,
高麗에 無高麗之道然後에 蒙古가 入高麗也어니와
고려에 고려의 도가 없어진 후에 몽골이 고려에 쳐들어왔다.
若其時之制先하야
만약 그 당시에 미리 제정되어
以夫餘에 有夫餘之道則 漢人은 歸其漢也며
부여에 부여의 도가 있었다면 한나라 사람은 한나라로 쫓겨 가고,
高麗에 有高麗之道則 蒙古는 歸其蒙古也니라.
고려에 고려의 도가 있었다면 몽골인은 몽골로 쫓겨 갔을 것이다.
- 단군세기 서문 -
- 글쓴이 최지은